얼마 전 미국 수면의학학회 한 관계자가 강조한 말이다. TV나 신문, 노트북 등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침실 밖으로 추방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양의학에서도 잠은 ‘최고의 보약’으로 통한다. 중국의 고전 황제내경에는 “밤에 사람의 기운이 모여 오장을 튼튼하게 만든다”고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면습관과 형태는 ‘매우 열악한 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에 불과해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로 고통 받고 있는 인구도 전체 성인의 30%에 달하며, 최근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그 비율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수면장애는 과연 어떻게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는 것이 좋을까.
홍일희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인간의 수면시간은 마치 주량과 같아서 개인별 특성에 따라 차이가 많은 편”이라며 “평온한 상태에서 전등불을 껐는데도 잠이 드는 데 30분 이상 걸리거나, 밤중에 두 번 이상 잠에서 깨어날 경우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최소한 2주 이상 수면일지를 작성한 후 자신에게 적절한 수면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불면증 치료의 첫 단계라는 것이 홍 원장의 설명이다.
불면증 치료 첫 단추는 수면일지 작성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역시 “불면증이라고 하면 흔히 잠자는 절대시간을 기준으로 구분 짓는 경향이 있으나 밤중에 자주 깨거나 자고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을 때도 수면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며 “무조건 약물에 의존하거나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보다는 수면습관을 먼저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올바른 수면습관으로 ‘잠이 오지 않으면 눕지 마라’ ‘자려고 애쓰지 마라’ ‘시계를 자주 보지 마라’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라’는 등 4대 원칙을 제시했다.
인간의 수면은 크게 렘(REM)과 논렘(NREM)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급속한 안구운동이 일어나는 ‘REM(Rapid Eye Movement)수면’은 쉽게 말해 몸은 마비상태이지만 뇌에서는 활발한 활동상태를 보인다. 컴퓨터의 조각모음 상태로 볼 수 있으며, 하룻밤 잠의 25%를 차지한다. 반면 ‘NREM(Non-Rapid Eye Movement)수면’은 수면 깊이와 비례해 1단계에서부터 4단계까지 구분된다.
한편 인간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시간은 ‘7~8시간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견해다. 수면 부족은 물론, 잠자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홍승철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수면역학센터 교수는 “실제로 수면시간이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할 경우 인간 수명도 덩달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잠을 줄이기보다는 깨어있을 때 집중해서 업무처리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며 “실제로 렘수면을 1시간 정도 줄일 경우 업무수행 능력이 30% 정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동식 기자 juju4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5호(10.03.03일자) 기사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