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잠 못이루는 밤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불면증이 국민병이 됐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직장인은 연말 연시 실시된 인사에 적응하며 본격 성과물을 내놔야 할 때고, 학생은 학생대로 새학년 새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아이를 처음 초등학교에 보내거나 상급학교에 진학시킨 가정의 변화도 만만찮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도를 더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회사원들의 불안 심리도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봄철을 맞이한 몸의 생체 주기도 어지러워졌다. 온갖 사회 경제적인 요인에 계절적인 요인까지 겹쳐 불면을 부르는 것이다.

◆ 불면증의 원인 = 서울수면클리닉의 홍일희 원장에 따르면 불면증, 즉 수면의 시작이나 유지가 어렵거나 원기 회복이 되지 않는 얕은 수면은 몸의 생태 시계와 잠을 자려는 욕구가 어긋날 경우에 생긴다. 성인 3명중 1명은 가끔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고 10명 중에 1명은 만성 불면증에 시달린다.

불면증이 1개월 이상, 1주에 3회 이상 지속되며 만성화할 경우 일차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일차성’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다른 내과적, 정신과적 장애로 인한 불면증이 아닌, 심리적 원인으로 인한 것이 특징이다. 흔한 사례가 외국 여행이나 근무 시간대가 바뀌게 되면서 오는 경우와 심각한 스트레스나 감정적인 흥분이 지속되면서 생기는 경우다.

한번 불면증이 시작되면 잠을 자려고 애쓰게 된다. 하지만 이는 역기능을 일으켜 잠을 더욱 달아나게 만든다. 불면증에 걸린 이들은 보통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데에 몰두해 있다. 그러나 자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잠은 오지 않는다. 이는 우울함이나 분노, 피곤함으로 이어지고 업무능률의 저하와 불편한 사회 생활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만성 불면증이면서 심리적인 원인이 아닌 원인으로 생기는 불면증은 이차성 불면증으로 진단된다. 우울증이나 불안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하지불안증후군 같은 정신과적인 장애나 카페인, 술, 담배 등의 원인으로 생긴다.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 만성관절염, 만성두통, 만성통증, 천식, 심부전증, 갑상선기능항진, 위장장애, 중풍 등의 질환도 수면의 유지와 깊은 잠을 방해한다.

◆ 간단한 불면증 해소법 = 대부분의 불면증 치료는 간단하다. 어긋난 몸의 생체 시계와 잠자려는 욕구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는 가벼운 생각의 변화나 생활태도의 변화만으로도 고쳐진다. 잠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불안이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역작용을 일으키는 만큼 이를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시계를 보고 잘 시간이 됐다며 잠자리에 드는 것이 아니라 잠이 올 때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내일이 걱정되더라도 자지 않고는 못 견딜 경우에 한해 잠자리에 들면 된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깨면 주저하지 않고 다시 잠자리에서 빠져나온다. 경우에 따라서 밤을 새우는 것도 각오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때 주의할 점은 늦게 잠들거나 설령 밤을 새웠다하더라도 이튿날 늦잠을 자거나 낮잠은 자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힘들더라도 낮의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피로도를 증가시켜 몸의 생태시계와 수면욕을 일치시켜야 한다. 이때 적어도 몇 시간은 자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불면증은 어렵지 않게 고쳐진다.

이 방법으로 불면증이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경우 불면을 부르는 원인을 좀 더 파악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잠자기 전의 음주는 쉽게 잠에 빠지게는 하나 숙면을 방해하므로 술에는 기대지 않는 것이 좋다. 잠들기 전에 운동하는 것도 수면을 방해한다. 운동은 가능한 한 일찌감치 끝내고 잠들기 4~6시간 전에는 운동을 피한다. 침실도 어둡고 고요하게 유지한다. 수면 패턴을 방해하는 습관을 버리는 것도 좋다.

◆ 치료가 필요한 불면증 = 홍일희 원장은 “시차적응처럼 생태시계와 외부시계가 어긋나서 생기는 불면증에는 일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고 습관적으로 수면제를 먹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생활 태도와 마음 가짐의 변화로도 불면증이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수면 클리닉에서는 설문조사와 전문가 상담 및 진찰, 수면다원검사 등을 거쳐 불면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한다. 심리적인 원인으로 인한 일차성 불면증을 스스로 해소할 수 없을 때는 인지행동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습관을 전문가의 도움으로 고치는 것이다. 호흡, 심장박동, 근육 등을 이완시켜 전반적인 기분과 생체 리듬을 편안하게 하는 훈련 프로그램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올바른 수면습관＞

- 운동은 일찍 하세요. 잠자기 전 4~6시간 이내에는 운동을 피하세요.
- 침실은 어둡고 고요하게 유지하고, 침대는 잠자는 용도로만 사용하세요.
- 졸음이 올 때만 침대에 누우세요. 시계 보고 누워 잠을 청하지 마세요.
- 잠드는 시간과 깨는 시간을 항상 일정하게 하세요.

- 낮잠을 피하세요.
- 잠자기 전이나 침대에서 자극적인 논쟁이나 작업은 삼가세요.
- 오후에는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마세요.
- 흡연을 삼가고 잠자기 4시간 이내에는 음주를 삼가세요.
- 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시거나 가벼운 스낵을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