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보다 좋은 해몽

졸리다. 자도자도 졸리다. 분명 아이폰의 슬립 사이클은 지난밤 6시간 이상 딥슬립(deep sleep)을 말하는데, 마치 한숨도 못 잔 사람처럼 온종일 몽롱한 상태가. 과연 무엇이 문제인 걸까.

..." 움직임만으로 `잘 잔 잠`과 `못 잔 잠`을 구분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수면클리닉의 감광훈 원장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있는 그대로, 즉 잠을 자는 동안 움직임이 많았느냐 적었느냐를 확인하는 것 이상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되다는 충고와 함께 설명을 시작했다.

"실제로 하지불안증같은 수면질환 환자의 상당수는 거의 깊은 잠에 들지 못하면서도 몸은 얌전히 반듯한 상태를 유지하곤 합니다. 다리는 계속해서 떨고 있지만, 몸의 나머지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죠. 반대로 아주 경미한 코골이 증상이 있는 사람이 수시로 자세를 바꿔가며 호흡하기 편한 상태를 찾는다면,환자가 충분한 숙면을 취했다 하더라도 어플리케이션상에는 `뒤척임이 많았으니 잠을 설쳤다`는 식으로 표현될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들쑥날쑥한 것보다는 딥슬립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는 그래프가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꼭 그렇지도 않다`는 예상 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수면의학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잠은 꿈을 꾸는 상태인 렘수면(REM: Rapid Eye Monement.`꿈수면`이라고도 불린다)과 꿈을 꾸지 않는 비렘수면(혹은 논렘수면)상태가 일정 간격 교차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 이론대로라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물결 모양을 나타내는 것이 정상적인 수면에 가깝다. 단, 최고점이 어웨이크(Awake;잠에서 깬)단계까지는이르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보통 꿈을 꾸지 않는 비렘수면은 전체 잠의 70~80%를 차지한다. 비렘수면은 다시 1.잠을 자고는 있지만 묻는 말에 대답을 할 정도의 선잠(Stage1), 2. 그다음 얕은 잠으로 전체 수면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중간 단계의 잠(Stage 2), 3. 소위 말하는 `업어가도 모르는 상태`의 깊은잠(Stage 3)등으로 나눠진다. "그러나 단순히 몸의 움직임만으로 이러한 상태를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수면센터에서는 보통 눈동자의 움직임(안전도), 턱근육의 움직임(xjrrmswjseh), 뇌파를 동시에 측정하죠, 그만큼 쉽지 않는 과정입니다." 덧붙여 우리가 염원하는 숙면, 즉 잠의 3단계는 전체 수면의 불과 20%안팎에 불과하며, 그 짧은 시간 동안 피로 해소라는 중요한 과정이 이뤄진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긴장한 상태에서 잠을 청하거나 수면질환이 있는 사람은 바로 이3단계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잠을 오래 자도 몸이 피곤하고 나름할 수밖에 없다고.

숙면에 대한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꿈을 꾼 날은 잠을 푹 자지 못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상적인 수면 상태에서는 누구나 매일 밤 꿈을 꾼다. 다만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누구는 꿈을 기억하고, 누구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꿈을 꾸는 상태(렘수면)에서 잠을 깼느냐 아니냐의 차이죠. '어젯밤에 꾼을 3개나 꿨어'라는 말은 곧 '지난밤에 세 번 이상 잠에서 깨어났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아무리 오랜 시간을 자도 수면의 질이 나쁘고, 피곤할 수 밖에요."

잦은 꿈을 꾸는(꾼다고 생각하는)것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평소 꿈이 너무 많거나 잠들기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수면질환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불면증부터 코를 골거나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코가 막혀 호흡이 어렵기 때문에 자연히 입을 벌리는 것이다.)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호흡질환, 뇌 호르몬의 일종 도파민의 기능 저하로 나타나는 하지불안증후군(이반적으로 저녁 때가 되면 다리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불쾌한 기분이 든다). 꿈속의 행동이 실제로 표출되는 렘수면행동장애 등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는 아주 많다.

물론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만큼이나 좋은 숙면을 위한 지침 사항 역시 다양하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실내 온도는 20~23℃(약간 서늘한 정도), 습도는 60%를 유지해 숙면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기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같은 진부한 방법은 물론이고, 우리 몸이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도록 오전에는 충분한 햇빛을 쬐어주고, 저녁에는 실내를 어둡게 하는(TV나 모니터의 사용도 줄인다) 습관도 상상 이상의 효과가 있다. 생활이 불규칙하거나 해외 여행이 잦은 경우라면 광치료기의 사용도 고려해볼 것. 일반적으로 운동은 잠들기 5시간 이전에. 체온을 조절해주는 족욕이나 반신욕은 잠들기 1시간 전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따뜻한 우유나 견과루, 키위, 바나나 같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