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잠~잠~ 잠이 왔어요~”
밤을 잊은 그대에게 전하는 놀라운 수면의 과학  

“수면은 사람의 일생에서 평균 3분의 1의 비율을 차지합니다. 나머지 3분의 2 역시 수면이 차지하는 ‘1’의 부분에 기인해 에너지를 얻게 되죠. 이는 수면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로 볼 수 있어요.”
서울수면클리닉 김광훈(37) 원장의 말마따나 잠은 사람이 활동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 오죽하면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러나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특히 쳇바퀴 같은 고단한 일상을 지속하는 샐러리맨 혹은 조금이라도 더 스펙을 올려야 할 취업준비생에게 충분한 잠은 왠지 사치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침 시간 버스 혹은 지하철에서 손잡이 하나에 의지해 고개를 떨구고 저도 모르게 깜박 졸게 된다.

#햇볕이 약이다
계절적으로 해가 짧아지는 가을·겨울철에는 일조량 부족으로 ‘세로토닌’ 분비가 저하된다. 세로토닌은 기분에 관여, 편안함과 만족감을 주는 뇌신경 전달물질로, 부족하면 자칫 우울증에 걸려 수면에 장애를 겪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까딱하면 비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피곤하면 식욕이 더 돌게 되는 원리에 의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것이다.
밤의 수면을 방해하는 무리한 낮잠은 생체리듬을 깨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고 그 시간에 햇볕을 많이 쬐는 것이 좋다. 햇볕 쬔 시간을 기준으로 해 14~15시간이 지나면 수면호르몬과 같은 멜라토닌이 만들어져 생체리듬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햇볕 아닌 인공 빛은 어떨까. 우리나라 형광등 조도는 대체로 밝은 편이다. 또한 밤문화가 발전해 한밤중에도 불빛이 황황히 빛나는 곳이 많다. 조명을 백열등으로 바꾸거나 조도를 조절해 어둠을 키워야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 이는 결과적으로 뇌파 속도를 점차 느리게 해 잠을 유도한다.

#“졸리지 않으면 자지 마라”
잠은 생리현상이다. 또한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피로회복을 위한 작업의 연속이 수면이기 때문에 좋은 수면에 있어서 ‘연속성’은 매우 중요하다. 연속성이 파괴돼 중간에 자꾸 잠이 깨는, 이른바 선잠을 자게 되면 피로회복 과정에 에러가 생겨 아침에 일어나도 머리가 무겁고 피로한 기분이 들게 된다. 긴긴 겨울밤 잠 못 이루는 불면증 환자들에게 김 원장은 말한다. “졸리지 않으면 주무시지 마십시오. 잠은 일정시간, 일정 수준 이상의 피로가 쌓여야 자연스레 오는 생체현상입니다. 내일 할 일을 계속 생각하거나, 시간이 됐다고 무조건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세요.” 그러면서 김 원장은 “자연스레 하던 일을 계속 하면 피로가 쌓여 잠들 수 있다”며 조급해 말라고 조언한다.
잠들기 바로 전이 아닌, 넉넉한 시간을 두고 하는 가벼운 운동은 몸을 이완시키고 적당한 피로를 쌓이게 해 수면을 유도한다. 기본적으로 체온이 올라가면 깨고 내려가면 잠이 오게 된다. 우리가 열대야에 잠 못 이루고 추운 데서 더 노곤하게 졸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잠자기 약 1시간 전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 목욕 직후 올라갔던 체온이 1시간가량에 걸쳐 점점 떨어지면서 잠들게 된다.
한편, 대다수 불면증 환자를 보면 침대는 불면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저도 모르게 확립돼 있는 경우가 많다. 침대에선 못 자면서 소파나 다른 방 혹은 여행지에서 잘 자는 사람이 많은 경우를 보면 그렇다. 따라서 침대에선 수면 이외에 독서, 식사 등 다른 행동을 배제하는 편이 좋다.

#음식 도움 받으려면
아무리 해도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먹을 것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뇌를 진정시키는 아미노산 ‘트립토판’이 들어 있는 음식들은 잠을 부른다. 아몬드, 땅콩 등의 견과류와 바나나, 키위 그리고 대추차나 카모마일 허브차 또한 심신을 이완시켜 도움이 된다. 허기로 인한 공복감이라면 가벼운 스낵 섭취로 포만감을 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수면에 ‘독’이 되는, 피해야 할 것들도 있다. 술이 대표적인 예. 음주 후 3시간 정도 지나면 분해가 되는데 그다음 단계의 물질은 인체에 자극제가 되어 잠을 설치게 한다. 불면을 알코올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면 다음날 머리가 무겁고 상쾌하지 않을뿐더러 자칫 알코올 중독에 빠질 우려가 있다. 커피 애호가라면 아침에 한 잔이 적당하다.
꿀 같은 단잠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들이고, 이른 아침 햇볕을 충분히 받아 생체리듬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점점 추워지는 겨울, 잠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업무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건강한 생활인이 될 수 있다고 김원장은 강조했다.
                     동아리빙앤 유다연 기자 cloud9@

2009년 11월 13일자_2면-건강 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