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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면)에 대한 이야기 (5. 꿈수면이란? 꿈을 꾸는 이유는?)

하영민원장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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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수면이란 REM수면이라고도 부르며 쉽게 말하면 꿈을 꾸는 단계의 잠입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잠이 들고 나서 약 90분 이후에 REM수면이 처음 나타나며 이 때의 뇌파는 깨어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지만 전신의 근육 긴장도는 떨어져 있는 상태로 안구의 빠른 움직임만 나타납니다. 우리 꿈의 약 80%는 REM수면 때에 나타나고 나머지 20%는 NREM 수면 때에 나타납니다. NREM과 REM수면은 수면 중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약 4~6회 번갈아 나타나는데, REM 수면은 수면 후반부로 갈수록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우리는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꿈을 많이 꾸게 됩니다. 우리는 꾼 꿈을 항상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NREM수면의 꿈보다 REM수면의 꿈이 기억하기 더 쉽고 REM수면에 들어간 직후 깼을 때 특히 잘 기억나게 됩니다. REM수면 때의 꿈은 생생하지만 비현실적이며 NREM 때의 꿈은 조금 더 현실적이지만 깨고 나서 기억을 못하거나 부분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이드는 꿈의 해석이란 그의 저서에서 억눌린 감정들이 무의식 속에 감춰져 있다가 꿈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프로이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현대 과학자들은 해부생리학적인 관점에서 꿈을 해석하려고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꿈이 무엇이고 우리가 왜 꿈을 꾸는지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꿈의 내용은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무섭거나 불쾌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활동이 반영되어 두려움, 불안 등의 감정이 꿈 속에 포함되기도 하고, 과거나 현재의 스트레스 상황이 꿈 속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 유발 상황에서는 무서운 꿈을 자주 꾸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악몽이라고 부릅니다. 악몽은 3세에서 5세 사이의 어린이들에게 매우 흔하며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어듭니다. 때때로 과거의 스트레스 상황, 예를 들면 전쟁 전투 당시나 교통사고와 같은 장면들이 악몽 속에서 재현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꿈을 꾸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수면과학자들은 REM수면의 해부생리학적인 분석을 통해 꿈을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REM수면 때에 대뇌에서는 다양한 신경세포 그룹과 연결된 시냅스(신경세포간의 접합부위), 신경세포, 신경섬유들이 활성화됩니다. 이러한 신경세포 활성화는 대뇌의 깊은 곳에 위치한 뇌간에서부터 시작되며 대뇌 반구는 이 신호를 통합하여 시각적 영상을 만들고 꿈을 일으킵니다. 때때로 이 신호들은 청각, 촉각 또는 다른 감각으로 바뀌어 꿈 속에 반영되기도 합니다. REM수면 때에 활발히 활동하는 세포들을 REM-on 세포라고 하고, 활동하지 않는 세포들을 REM-off 세포라고 하는데, 이러한 REM-on, off 세포들의 활성, 억제의 결과로 REM수면과 NREM수면이 교대로 순환되며 나타납니다. REM수면의 활성을 유도하는 주요 화학적 물질은 아세틸콜린이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반대로 노르아드레날린이나 세로토닌과 같은 물질은 REM수면을 억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악몽, 우울뿐만 아니라 다른 정신적인 질환들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꿈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무슨 이유로 REM수면 시 이러한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어 꿈을 유발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NREM수면 중 깼을 때보다 REM수면 중 깼을 때 머리가 더 맑은 것으로 보아, 수면 중 포식자로부터의 공격에 대해 보다 빠른 반응을 하기 위해서 REM수면 뇌 활성화 자극이 발달되어 온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학습하면서 활성화되었던 대뇌의 특정 영역이 다음날 꿈수면 시에 선택적으로 재활성되는 것이 관찰되었고, 이를 통해 깨어 있을 때 학습한 것이 자는 동안 기억저장과정으로 이어지며 꿈은 이 과정을 도와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뇌파가 느려지는 깊은 잠에서는 대부분의 대뇌 영역이 비활성화 되어 있는 반면, REM수면 때에는 환각과 감정처리 영역의 활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REM수면이 감정 조절과도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꿈 꾸는 잠인 REM수면 때에는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하게 뇌신경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REM수면은 낮 동안의 지식과 정보를 뇌 안에 저장하고 감정적 순화를 시키는 잠이므로, 렘수면이 부족해지면 기억력 저하와 감정조절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꿈수면 때 뇌 활성화의 증가는 신경화학전달물질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몇몇 파킨슨 약이나 고혈압 약, 알코올의 금단 등은 꿈과 악몽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꿈을 자주 꾸는 것이 수면을 방해하고 있는 것일까요? 즐겁고 유쾌한 꿈은 깨고 난 후 금방 다시 잠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면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꿈을 매일 꾸거나 꿈 때문에 잠을 깨는 일이 잦은 경우 피로와 함께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하기 때문에 꿈으로 인한 수면 방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악몽을 꿀 경우에는 땀을 흘리거나 공포감, 두근거림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잦은 악몽은 수면의 질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